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


죽음, 삶, 인간 사회에 대한 이야기


( 스포일러 포함 )


내가 2살 때 나온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고등학교 1학년 때다(2003년).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들과 다같이 봤었다. 그 순간 잠깐 감동하고 잊었다. 그리고 2014년 로빈윌리엄스가 생을 마감하면서 다시 관심이 생겼다. 로빈윌리엄스는 '굿윌헌팅(Good Will Hunting)'과 더불어 나에게 인생의 스승 같은 이미지로 남아 있다. 최근에 영어 공부를 하자는 취지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를 선택해서 수차례 반복해서 듣고 말했다. 로빈윌리엄스의 목소리도 마음에 들고, 대사도 멋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좋아하는 4가지 장면의 대사는 거의 다 외우고 있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결국 죽은 시인의 사회는 학교 이야기로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장면 1. 우리는 언젠가 모두 흙으로 돌아간다



" 'Seize the day'. Why does the writer use these lines? Because we are food for worms, lads. Believe it or not, each of us is one day gonna stop breathing, turn cold and die. 

'하루 하루에 충실해라' . 왜 작가는 이런 말을 썼을까? 왜냐면 우리는 죽기때문이다. 믿거나 말거나 우리 모두는 언젠간 숨이 멎게 되고, 차갑게 죽는다.

영화 초반부 유명한 'Carpe diem'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새로 부임한 존키팅(John Keating)의 첫 수업에서 그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 나는 죽는다는 사실을 염두하며 살지 않았다.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100살 까지 산다고 하면 이제 인생의 3분의 1이 지나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만큼의 두 배만 살면 끝이난다. 키팅은 고인이 된 선배들의 사진을 보며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라.' 영화에서 그는 여러 번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특별함이다. 시를 쓸 때도 평범하게 쓰지 말라고 한다. 삶은 짧으니 평범하게 살지말고 독특하게 살다가 죽어라. 


장면 2. 우리 삶은 한 편의 시다


Excrement. We're laying pipe. We're talking about poetry. How can you describe poetry like American Bandstand? Now I want you to rip out that page.

쓰레기야. 우리는 파이프를 연결하고 있는게 아니야. 우리는 시에 대해 이야기 중이지. 어떻게 시를 '슈퍼스타K'처럼 말할 수 있지? 그 부분을 찢어 버려.


Medicine, law, business, engineering these are noble pursuit and necessary to sustain life. But poetry, beauty, romance, love these are what we stay alive for. 

의학, 법, 경영, 공학은 누군가가 추구하는 가치이며 삶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수단이지. 하지만 시, 아름다움, 로맨스, 사랑은 우리가 사는 그 이유 자체이다.

The anwer : That you are here, that life exists and identity, that the powerful play goes on. And you may contribute a verse. What will your verse be?

너는 여기 있고 삶은 이어진다. 삶이라는 연극은 계속되고 너는 거기에 장면을 채워 나가는 거지. 어떤 장면을 넣고싶어?

'시의 이해'라는 수업에서 키팅은 책을 아예 모두 찢어 버리라고 한다. 왜냐면 그 책에서 시를 점수를 주며 평가하는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X축 Y축 그래프를 그려서 시를 평가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현재 한국 교육도 크게 다르진 않다. 수능에서 시는 정해진 답이 있는 외우는 과목이다. '먹고 사는 걱정을 하느라 정말 중요한 걸 놓치지 마라.' 내가 이장면에서 든 생각이다. 언어영역에서 시에 대해 외우듯이 우리 삶도 답이 정해져 있고 외운대로 살고 있는게 아닐까.



장면 3. 특별하면 이상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라
Why do I stand up here? I stand upon my desk to remind myself we must constantly look at things in a different way.
Just when you think you know something you must look at it in another way. Even though it may seem silly or wrong, you must try.
내가 여기 책상에 서 있는 이유는 세상을 항상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자고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서야. 
네가 뭔가를 알고 있다고 생각할 때 반드시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해. 혹시나 그게 바보 같아 보이거나 틀린 것 같아도 꼭 시도해 봐야해.

I brought them up here to illustrate the point of conformity. The difficulty of maintaining your own beliefs in the face of others.

You must trust that your beliefs are unique, your own, even though other may think them odd or unpopular.

나는 똑같아지려는 점에 대해 보여줄려고 너희들을 여기 세웠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너희들만의 생각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말야.

너희들 반드시 각각의 생각은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야해. 만약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하거나 비주류라고 말하더라도 신경쓰지마.

대학교 교수님중 기억에 남는 한 분 있다. 사회학과 중국문화 교양 교수님이었다. 수업 마지막 날 한마디로 자기 수업을 요약하면 '싸가지 없이 살아라.'라고 했다. 그 당시에는 황당했는데 돌이켜보니 명언이다. 진심어린 말이었다. 이 장면에서 하고싶은 이야기도 비슷하다. 영화 내내 'Unique, Extraordinay, Diffrent'라는 느낌의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키팅은 모두의 생각이 같아짐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족, 친구집단, 학교, 직장에서는 생각이 비슷할수록 안정적이다. 다른 생각을 가면 불효자, 왕따, 반항아가 되기 쉬운게 현실이다. 그 집단만의 가치를 지키는 '효율적'인 방식임에는 동의하나 과연 개개인은 행복할까. 안정과 효율도 좋지만 행복을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장면 4. 좋은 교육이 항상 좋은 사람을 만들진 않는다

O captain, My Captain.


이 영화를 두 세 번쯤 봤을 때까지는 참 이 장면이 뭉클했다. 토드앤더스(Todd anderson)을 주축으로 하여 10명의 친구가 책상에 올라선다. '오캡틴 마이캡틴' 이라는 대사와 키팅 수업에서 등장한 '책상위에 올라 세상을 보기'를 실천한다. 거기에 아련한 현의 울림이 웅장한 여러 악기 연주로 이어지며 동요하는 학생들의 표정을 가까이 비춰준다. 아무튼 여러 감정이 뒤섞여 감동이었다. 그러나 결국 18명의 학생중 8명은 일어나지 않는다. 책상위에는 '죽은시인의사회' 모임 회원이 아니어도 일어난 사람이 있다. 거기에 앞서서 모든 학생이 결국은 학교와 부모님 앞에 굴복했다. 살아 남기 위해 키팅이라는 도마뱀 꼬리를 잘라버렸다. 마지막 장면은 교육이 갖는 한계와 현실의 냉정함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키팅은 뛰어나고 특별하지만 한 학생의 자살을 막지 못했다. 자신의 제자들에 의해 누명을 쓰고 해고당하는 고난을 겪는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키팅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결국 영화에도 정해진 답은 없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영화는 그냥 질문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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