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외로움이 만들어낸 발명품, <연애시대>





드라마에 대한 간략 정보


 2006년 4월 3일부터 5월 23일까지 SBS에서 방영된 월화 드라마 <연애시대>. 출연배우로는 손예진, 감우성, 공형진, 이하나, 오윤아, 이진욱, 문정희, 김갑수 등이 있다. 주연, 조연부터 보조출연자까지 어느 한 사람 빠질 것 없이 연기가 자연스럽다. 그 점은 아마도 사전제작 드라마이기에 상대적으로 마감기한의 압박을 덜 받으며 촬영한 덕분이 아닐까. 실제로 드라마 촬영을 할 때 감독은 마음에 드는 한 컷을 위해 같은 장면을 수십 번 찍기도 한다. 그러나 스케줄 상 마음에 안들어도 촬영을 빨리 접어야 할 때도 있기 마련이다. 실제 내용은 모르지만, 한 장면 한 장면을 위해 감독, 배우, 스태프 모두가 엄청나게 고생했음이 느껴진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토록 섬세한 영상이 나올 수가 없다.


 <연애시대>는 나에게 감우성이란 배우를 재발견하고 각인 시켜준 시작점이다.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은 없지만 <왕의 남자>, <알포인트>에서 이미 감우성만의 독특한 연기를 느꼈었다. 배우란 자신의 색깔이 뚜렷한 것이 최고인데, 감우성은 그런 점에서 가치 있고 유니크한 배우다. '이동진' 역할은 마치 감우성이 아니면 아무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책을 좋아하고 겉으론 틱틱대지만 사실은 잘 챙겨주는 일명 '츤데레'스타일의 서점직원 이혼남. 손예진은 워낙 그 전부터 유명하고 좋아했기에 '역시 손예진'이라는 재확인을 시켜줬다.


 <연애시대>연출은 한지승이 맡았고 음악감독은 한지승의 부인인 노영심이 담당했다. 드라마를 보면 노영심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느낄 수 있다. 마치 구색을 맞추기 위해 깔아 놓은 듯한 배경음악도 각 편의 주제, 주인공의 심리와 기가 막히게 떨어진다. 가사와 멜로디 모두. OST와 잠시라도 등장했던 곡들을 모두 모아보면 주옥 같다. 좀 더 귀를 열고 집중해서 음악을 들으며 드라마를 보면 <연애시대>의 음악에 열광할 수 밖에 없다. 특히 16화 춘천에서 삽입된 이문세의 '그 때 내가 미쳐하지 못한 말'은 화룡점정이다. 

 







오해와 착각으로 이루어진 인생이다


애초에 동진과 은호의 이별의 원인은 오해다. 갓 태어난 아이 '동이'의 사산에 충격을 받은 은호, 그리고 그 시점에 동진이 은호의 곁을 지켜주지 않았다는 그 오해가 이혼의 핵심적 인 원인이다. 동진이 은호에게 시간이 지나서라도 사실을 말해줬다면 어땠을까. 혹은 은호가 좀 더 빨리 진실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단순히 그 두사람 뿐만 아니라 세상의 수만은 연인들도 비슷하다. 서로의 사소한 말실수, 연락 문제 등으로 상대방의 의도를 잘못 받아들이곤 한다. 오해의 상황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그리고 누군가는 자신을 더 사랑해주지 않는 것 같은 사실에 서럽고 외로워 화를 내고 싸운다. 






선택 받지 못하는 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이별한 두 사람은 드라마가 끝나는 시점까지 애매한 관계, 배우자를 포함하여 각 각 2명씩의 인연이 스쳐지나간다. 동진의 경우는 미연(오윤아), 유경(문정희) 은호이 경우 현중(이진욱)과 윤수(서태화). 결과적으로 보면 네 사람 모두 일방적으로 짝사랑을 앓으며 혼자 타올랐다. 동진과 은호는 수동적이었으나 4명은 더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4명은 끝내 은호와 동진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그들에겐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된다. 미연은 전남편에 대한 상처를 극복하고, 유경은 호주에서 꿈에 다가가고, 현중은 긍정적인 사람이 됐고, 윤수는 각자의 바닥을 본 덕분에 전부인과 관계가 개선된다.  






은호가 라디오에 했던 말을 동진에게도 했더라면


동진과 마찬가지로 은호는 속마음을 좀처럼 동진에게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않는다. 빙 둘러 얘기하거나 끝끝내 바깥으로 내뱉지 않는다. 은호가 가장 솔직한 순간은 자신의 아버지 기영(김갑수)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 전화고민상담을 할 때 뿐이다. 익명의 힘을 빌려 은호는 자신이 느낀 감정을 있는 그대로 얘기한다. 기영은 조언은 한결 같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것. 16화에서 기영의 대사는 작품 전체가 얘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행복하기가 쉬운 줄 압니까? 망설이고 주저하고 눈치보고 그렇게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노력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는 없는 겁니다."






진정한 주인공은 공준표와 유지호


 동진과 은호에게는 실과 바늘처럼 따라 다니는 사람이 2명 있다. 동진의 절친한 동창 친구 공준표와 은호의 친동생 유지호. 그 두 사람은 극한의 오지랖을 보여주며 동진과 은호를 재결합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나는 준표와 지호야말로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지호는 감정에 솔직했고 준표는 처음에는 주저했다. 진지하게 고민한 뒤 준표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있는 그대로 지호에게 표현했다. 하지만 거절당한다. 처음엔 준표가 거부했지만, 그 다음은 지호가 주저한 것이다. 그렇게 밀고 당기다가 결국은 지호의 용기로 둘은 연인이 된다. 서로의 인연이 모래성 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감수하고 용기 있게 결단을 내렸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과감하게 용기를 낸 그들은 은호와 동진의 분신이며, 가장 귀감이 되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이 주인공이라고 여긴다. 





사랑은 외로움이 만들어낸 발명품


 꼬맹이 은솔의 "엄마 사랑이 뭘까?"라는 말로 드라마는 끝이 난다. 그 말은 드라마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에게 던져진 화두다. 사랑은 시작하기도 힘들고, 막상 해도 어렵고, 끝을 내면 미련이 남는다. 그리고 사랑은 변한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사랑으로 행복하기도 하지만 많이 괴로워하기도 한다. 서점이라는 공간과 더불어 <꿈의 해석>, <흔들리기에 인간이다>, <스포츠의 철학적 이해> 등의 책으로도 시청자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주곤 한다. 어디서부터 사랑인지 모르겠다는 동진, 나이가 들어도 확실하지 않다는 윤수, 사랑은 사람을 아프게 한다는 은호 등 과연 사랑의 본질은 고통일까.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외롭고 평생 외로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행복이란 사실 외로움이 잠시 멀리 있거나 외로움을 잊은 상태라고 느끼곤 한다. 결국 외로움을 잊기 위해 누군가와 함께 있고자 하는 게 인간이고, 그 과정이 험난하기에 사랑은 사람을 아프게 한다. 어렵다고 외면하거나 용기를 내지 않으면 결코 행복에 다가갈 수 없다. 외로움에 대처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과 그 고단한 인생을 솔직하게 보여준 드라마가 바로 <연애시대>다. 정답은 없다. 인간은 은솔의 말처럼 평생 사랑이 무언지 물을 수 밖에 없다.



명대사와 장면 스크린샷을 볼려면 아래의 글로


2017/07/19 - [리뷰/드라마] - <연애시대> 명대사 1~8화

2017/07/19 - [리뷰/드라마] - <연애시대> 명대사 9~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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